82. (0)2. 543. 0221

성동구 뚝섬로1나길 5 헤이그라운드 6층, Seoul, South Korea, 04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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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인호

도시한옥은 도시의 좁은 필지에 지어진 한옥이지만 집의 중심에 반듯한 안마당을 가지고 있다. 한옥의 생명력은 그 안마당에서 비롯된다. 마당을 에워싸면서 채들이 배치되는 형상에 따라 튼 ㅁ자형 한옥이나 ㄷ자형 한옥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두 유형 모두 구성의 요점은 집의 중심에 놓인 마당이다. 어떤 경우 30평이 채 못되는 대지에 놓이면서도 한옥은 그 중심에 반듯한 안마당을 갖고 있다. 그리고 더러는 바깥채 앞에 좁은 바깥마당을 갖기도 한다. 그 바깥마당은 사랑마당으로 불리기에는 너무 좁고 청빈하지만, 마당과 채가 짝을 이루고 있는 한옥의 기본구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마당 덕분에 채의 내부공간은 더욱 그윽하고 풍부해지며, 마당은 외부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게된다.

가회동은 남북방향의 물길과 길을 따라 동네를 이루었는데, 그 길을 중심으로 동서방향으로 골목길이 나뭇가지 모양으로 분화되면서 전체 주거지의 골격이 만들어졌다. 서하재는 가회동사무소 뒤쪽에서 동서방향으로 경사를 따라 느슨하게 올라가는 오래된 길에 면해 있다.

서하재는 남쪽으로 열린 ㄷ자형인데, 대지 조건상 북쪽에서 진입해야 한다. ㄱ자형 안채와 ㅡ자형 문간채로 구성되는 ㄷ자형 평면이 이웃 한옥과 함께 순조롭게 놓이기 위해서는 남북방향의 골목길을 중심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그래야 동향대문에 남향집이 될 수 있고, 그 맞은편 대지에도 서향대문이지만 남향집이 될 수 있다.서향대문이 싫으면 남북방향 골목에 짤은 골목을 잇대어 남향대문을 만들고 남향집을 앉히면 된다. 그에 반하여 동서방향의 골목길에 북쪽진입은 아주 불리한 조건이다.

그래서 서하재는 자기 대지의 일부를 할애하여 남북방향의 짧은 골목길을 만들고, 동향대문에 남향집의 전형적인 ㄷ자형 평면을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짧은 골목의 폭 만큼 ㅡ자형 문간채 앞에 작은 문간마당을 두고 있다. 한옥은 채마다 마당을 갖는 것이 기본이지만, 도시한옥의 경우 ㄷ자형의 일체화된 평면이 길에 직접 면하면서 문간채 마당이 퇴화된다. 그런데 서하재는 북쪽 진입이라는 불리한 조건에서 비롯된 필지 변형 덕분에 문간채 앞쪽에 작은 바깥마당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도시 맥락 덕분에 서하재의 평면은 ㄷ자형으로 단순하지만 다른 도시한옥보다 공간 흐름의 변화가 많다. 길에서 계단을 몇 단 올라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짧지만 오롯한 골목 어귀가 있고, 다시 오른쪽으로 문간을 열면 안마당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안마당을 중심으로 부엌과 대청과 사랑방이 각각 바라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길지는 않지만 방향의 전환이 있고, 단위 공간의 마디마다 대문과 문간과 턱이 있으며, 그에 따라 바닥 높이가 변화하면서 영역의 깊이가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서하재의 자랑은 안마당이다. 안마당의 레벨을 북돋아 내부공간과 레벨 차이를 줄여서 내부와 외부가 보다 연속적으로 연결되게 하고 있다. 남쪽 경계선에서 앞으로 1미터 정도 위치에 짧은 사고석 담장을 두고 있다. 담장 뒤쪽에는 허드레 물건들을 보관하고 담장을 배경으로 작은 화단을 꾸몄다. 집주인의 부지런함과 안목있는 솜씨가 돋보인다.

​ㄷ자형 평면과 북쪽 대지 경계 사이에는 좁고 긴 틈새마당이 놓여 있다. 북쪽 대지 경계선을 따라 사고석 담장을 쌓고 안채의 대청 사이에 작은 정원을 꾸몄다. 덕분에 안마당에서 대청을 바라보면 안대청이 더욱 깊고 아름답다.

사고석 담장은 거의 처마에 닿을 정도로 높은데, 처마선과 담장사이로 좁고 긴 틈이 있어 환기와 채광이 가능하다. 사고석 사이에 유리블록을 끼워넣어 높은 담장으로 인한 압박감을 완화시킨다. 두터운 사고석으로 경계를 분명하게 짓되, 유리블록을 통하여 안과 밖이 느릿하고 모호하게 이어진다. 낮에는 안대청 틈새마당으로 빛이 들고, 밤에는 격자무늬로 불빛이 길로 새어 나온다.

그러나 대청과 북쪽 담장 사이의 이 틈새 공간을 제외하고, ㄷ자형 평면과 대지 경계 사이에 남아 있던 외부공간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사용되고 있다. 안방의 뒤쪽으로 화장실을 좁고 길게 넣고 안대청 뒤쪽 틈새마당으로 전창을 내었다. 이 창은 화장실에서는 밖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특수유리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맞은편 건넌방 뒤쪽으로 건넌방과 대청 아래에 새로 들인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실을 두었다. 음악실로 꾸며져 있는데, 바깥주인이 가장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음악 감상실이다. 틈새마당을 바라보며 계단을 따라 올라오기 때문에 좁은 지하 공간이지만 답답하지 않다.

부엌 뒤쪽의 사이 공간은 다용도실로 아랫방 남쪽으로는 화장실을, 문간채의 바깥마당은 내부공간으로 하고 수납장과 책상을 또 한쪽으로는 화장실을 끼워넣었다. 문간의 한쪽에는 신발장을 설치하였다. 이렇듯 안마당의 윤곽은 온전하게 유지하되, ㄷ자형 한옥과 대지 사이의 사이 공간은 실용적인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에서 볼 때도 수납공간과 화장실 등의 공간은 기둥선 바깥쪽에서 완결하여 한옥 내부공간의 윤곽은 온전하게 지키고 있다.

또 창호도 계절에 따라 적절한 조합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유리문과 방충문, 종이 바란 문 등 다양하고 실용적으로 재구성하고, 외풍이 없도록 문틀에 홈을 파고 복층유리를 사용하고 있다. 안에서 보면 창틀이 기둥선 안쪽으로 두꺼워지긴 하였으나 그 사이에 전선도 끼워넣어서 내부공간의 윤곽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이렇게 집의 구석구석에 버려져 있던 자투리 공간을 찾아내어 백이십 프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건축문화 건축사사무소에 근무하던 이 댁 큰아들 민서홍 씨 덕분이다. 서하재의 설계와 감리를 직접 담당하면서,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틈새 공간을 한 뼘 한 뼘 찾아내어 맞춤 공간으로 되살려 놓았다.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7길 7

대지면적 : 145.50m2

건축면적 : 84.66m2

건 폐 율 : 58.19%

연 면 적 : 119.09m2 (지상 84.66m2)

용 적 율 : 58.19%

규  모 : 지하 1층, 지상 1층

최고높이 : 5.80m

주차대수 : 0대

구  조 : 철근콘크리트, 목조

외부마감 : 한식 창호, 한식 기와, 사고석, 회벽

용  도 : 단독주택

설  계 : 건축문화 건축사사무소 민서홍

감  리 : 건축문화 건축사사무소 민서홍

조경설계 : 이윤정

시  공 : 나오디자인

발 주 처 : 개 인

​사  진 : 김재경